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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퀸스갬빗(The Queen's Gambit) 후기

이상한둘리 2023. 3. 24.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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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스갬빗 안 본 사람 없게해주세요..
아니면 안 본 눈 제가 사겠습니다.....



시즌 많은 걸 좋아하는 좋아하는 내가..
시즌은 1개밖에 없고 에피는 7개밖에 없는 퀸스갬빗을 보고 너무 충격받아버림..

세상에 이렇게나 짜릿하고 군더더기없는 천재이야기라니

이렇게나 방해도 없고 위험도 없고 고민도 없는 영웅서사는 처음본 것 같다.
다 보고나서는 어쩜 이렇게 재밌지? 어떻게 이렇게도 깔끔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만 수십번하고 며칠은 이 여운을 즐겼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여태까지의 천재를 소재로 한 영상물들을 봤을 때 이렇게 흐름대로 기승전결이 완벽한 영상을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꼬이고 꼬인 도파인에 절어져있었는지 심히 느낄 수 있었던 드라마였음


퀸스갬빗은 1950년대 미국이 배경이다.
냉전시대의 긴장이 극에 달했던 시절이고 주인공 베스가 능력을 발휘하는 체스는 주로 남자들의 게임이라는 배경이 있었던, 성별 고정관념이 있는 배경,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싹트는,, 시기인데,,,
이런 수많은 위험과 고구마에 천재가 고꾸라지는 이야기가 길게 늘어질 수도 있는데
퀸스갬빗은 다르다.

편히 보기 너~~~~무 좋다
그 시대의 관점을 보여주긴 하지만 베스가 앞으로 나가는데에는 전혀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어려서, 여자라서, 고아라서, 소련에서는 미국인이라서 등등 베스가 영웅서사의 극에 달하는데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천재성을 발휘하는 것에 충실할 뿐..


베스 하먼 역을 맡은 안야 테일러조이는 원래 노란머리인데
솔직히 이정도면 주황머리로 염색해야한다고 본다
너무 주황머리 너무 찰떡 아닌냐고

어렸을 때 처피뱅 너무 귀엽다ㅋㅋ

베스.. 극중에서 시니컬한 것이 맘이 쏙이었는데
고아원에서 베스에게 선물 준다고 학교 관계자가 가져온 인형,,ㅋㅋㅋㅋ
선물 준 사람 보는 눈빛이 썩어있다ㅋㅋㅋㅋ
그래도 눈치 한 번 보더니 학습된 눈빛으로 고맙다고 인사하는게 킬포ㅋㅋㅋㅋ
쯛,, 체스천재한테 체스나 갖다줄 것이짘ㅋㅋㅋㅋㅋ
인형 주면 누가 좋아할 줄 알았냐

베스가 더 큰 무대의 체스대회에 나가면서
남자들과 대면하는 상황이 많았는데
여기는 로맨스.. 뭐 그런거는 있어도 없는거여서(?)
달달한 그런 케미는 안 보였다
뭐.. 베스나 다른 남자들 모두 제대로 멜로눈깔 장착된 걸 본적이 없어서ㅋㅋㅋㅋㅋㅋㅋㅋ
멜로 들어갔으면 너무 싫었을거같다,,


전 미국챔피언, 기자, 전 주 챔피언

로맨스보다는 .. 모두 좋은 동료이자 조력자들.. 그리고 친구들!!
베스를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능럭을 인정해주고 또 그 능력을 키워주는 데 큰 도움을 줬던 사람들
베스는 주변 사람들 없었으면 천재로서 그 역량을 온전히 펼치지 못했을듯

특히 마지막.. 진짜 소름돋았는데
체스를 다같이 머리맞대고 하는 소련과는 다르게 개인의 역량을 더 중요시했던 미국이 다같이 머리 맞대는 모습..ㅠㅠ
베스가 소련 챔피언을 이길 수 있었던건 물론 베스 능력이 뛰어난 것도 있었겠지만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ㅋㅋㅋ
여러 천재들의 합작으로 가능했던 것 아니었을까
집단지성 최고다

 

냉전시대라고는 하지만 미국vs소련이라는 양립관계로서 날을 세웠던 것이 아니라 체스선수로서 체스에만 집중했던 것이 인상깊었음
행동으로든 말로든 인정과 존경을 아낌없이 표현한 것이 이 드라마를 편히 볼 수 있었던 또 한 가지 이유
시기나 질투가 없다
다만 그 사람이 나보다 뛰어나고 내가 그에비해 부족할 뿐이란 것을 다들 알고있음. 심지어 주인공도 자존심뭉게져 경기를 방해한다거나 욕설이 오고간다거나 그런 것이 없음. 오로지 경기에 집중함.
아.. 정말 멋져..

프랑스 친구와 술 진탕마시고 다음날 소련 챔피언에게 대패했을 때 울면서 ㅂㄷㅂㄷ했던 베스


그리고 폐인처럼 살며 인생을 흥청망청 살고있는데..
허세 대박 아니냐고..

여기서도 발견한 깔끔한 줄거리
가장 거대한 방해물을 베스 자신임
에피 내내 베스는 타고난 천재이기도 하지만 만들어진 천재이기도 하다는 것을 계속 보여준다.
피나는 노력과 주변의 진정어린 도움으로 완전히 천재로 불릴 수 있었음.



여튼 이렇게 중2병 씨게 온 베스에게 베니와 해리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하지만 모두 거부하고 살아가던 중
졸린이 찾아옴

고아원에서부터 함께 자란 졸린
변호사 되려고 로스쿨학비 마련하며 돈을 꽤 모아뒀는데
베스가 모스크바로 가서 세계챔피언과 대전하도록 후원해준다.
졸린이 베스를 후원해주겠다고 하면서
베스와 나눈 대화가 인상깊어 남겨본다

나중에 갚아 이기고나서
_만약 못이기면?
그래도 후회는 없어
아니면 검은색 드레스로 주든가 보라색 드레스나
둘다 좋긴해

_넌 내 수호천사야
이건 또 뭔소리니.. 야 베스 엿먹어
샤이벌만 그 오랜세월 널 지켜본 게 아니야
네가 라스베이거스에서 베니와츠에게 지고 오하이오에서 이긴거 알아. 신문에서 읽었어.
다같이 시내에 다녀올 땐 아이스크림 살 돈으로 네 못생긴 얼굴이 실린 망할 체스 잡지를 사왔다.
한때, 난 네 전부였어.
그리고 한때, 넌 내 전부였고.
우린 고아가 아니었어 서로가 있었으니까.
무슨말인지 알지?
난 네 수호천사도 아니고 널 구해주러 온 것도 아니야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어.
너한테서 내가 필요하니까 여기 있는거야.
그게 가족이야. 그게 우리고.
언젠가 나도 네가 필요하겠지.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또 모르잖아.
그때가 오면 너도 와줄거잖아?

_어쩌면


야.....
멜로가 여깄었네........


사실 졸린말고도 베스 주변의 많은 이들이 베스를 지지해줬지만 졸린을 재회하면서 베스는 감정적으로 엄청난 지지를 받은 것 같다.
졸린이 함께하기 전에는 베스의 양엄마가 있었는데 양엄마와 베스 둘이 넘 잘맞고 재밌어해서 편히 볼 수 있었다.


보통 한드에서는.. 이런 스토리에 양엄마가 나온다..?
거의 양엄마가 자식이 벌어온 돈 어디로 가져가고 잠적하거나, 도움안되는 역할로 고구마를 선사하는데 이 웰메이드 드라마에서는 그런거 없음.

드라마를 보는 내내 누가 빌런일까...
누가 베스 앞길을 막을까....
무슨 혈연 문제가 있을까...
저 남자들이 등처먹지는 않을까....
베스가 무시당하지는 않을까....
누가 베스에게 해를 가하지는 않을까....
끊임없이 내 머리를 굴렸다.
자극적인 소재에 내 뇌는 이미 절여져서 그런걸깤ㅋㅋㅋㅋ
언제쯤 꼬이낰ㅋㅋㅋㅋ 이 걱정을 하고 있더랔ㅋㅋㅋ

하...

이런 모든 억지스러운 설정에 지치신 분들
퀸스갬빗입니다.
보세요. !!

 

베스는 운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친엄마와의 추억이 베스를 곪게해도
유쾌한 양엄마를 만나기도 했고 졸린을 만났고 베니도 만났고.. 여러 진정성있는 만남이 이어졌던 것을 보면..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소련에서 소련선수들을 이길 때도 미국측 우려와는 다르게  소련 국민들에게 큰 환대를 받았다는 것도 베스가 더 체스를 사랑하고 체스를 계속 할 수 있게하는 동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오로지 체스에만 집중한 이런 연출.. 너무 신선하고 재밌다. 정말 짜릿해..



가장 좋아하는 베스의 트레이드포즈 손깍지하고 턱괴기
눈빛 바로 돌변하는거 넘 멋지다
상대를 흥미롭게 보는것도 같고..
이길테면 이겨봐 같은 자존감 높아보이는 눈빛
그리고 꿰뚫어보는 것같고.  진짜 뚫릴거같잖아ㅋㅋㅋ
너무 매력적이다

이런 깔끔한 작품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
퀸스갬빗 후기 끗